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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어족(FIRE족) - 전 세계 젊은이들의 경제 소비 트렌드

불로소비 2020. 3. 6.

최근 미국, 유럽 등지의 젊은이들에게 유행처럼 확산되고 있는 삶의 자세가 있습니다. FIRE(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족이라고 하는 이 사람들의 목표는 최대한 아끼고 저축해서 빨리 은퇴를 하는 것입니다. 얼마전까지 우리나라 20~30대의 키워드였던 욜로(You Only Live Once, YOLO)와는 어찌보면 정 반대의 삶의 자세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파이어족들이 생각하는 빠른 은퇴는 정년보다 빠른 정도가 아니라 30대 또는 40대 초반까지 은퇴를 실현하고 자신의 삶을 살겠다는 목표입니다. 이를 위해서 그들은 20대 때부터 극단적으로 소비를 줄이고 투잡, 쓰리잡 등을 하며 돈을 벌어서 은퇴 자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파이어족은 1990년대 미국에서 처음으로 등장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2008년 금융 위기 때 미국의 젊은 고학력, 고소득 계층을 중심으로 확산되었습니다. 금융위기 이후 경제침체기에 사회생활을 시작한 밀레니얼 세대들은 자신의 부모들이 평생 일하느라 자신의 삶을 살지 못하는 모습과, 그렇게 일하고도 정작 은퇴시기에 경제 위기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직접 목격했습니다. 이에 더불어 높은 실업율과 업무에 대한 불만족, 불안정한 직장 및 사회보장제도 등 여러 경제적 스트레스로 인해, 그런 스트레스로부터 빠르게 벗어나기 위해 소비를 줄이고 빨리 은퇴자금을 모아 40대 이전에 조기은퇴를 목표로 하게 되었습니다.

 

파이어족은 빠른 은퇴를 위하여 소비를 극단적으로 줄입니다.

그들은 차를 소유하지 않거나 오래된 차를 중고로 구입하여 최대한 오래 사용합니다.

또한 집도 비싸고 넓은 집이 아닌, 저렴한 동네의 좁은 집으로 이사를 합니다.

식료품은 유통기한이 임박해서 할인하는 제품 위주로 구입해서 식비를 줄이고

그 외에 유흥이나 취미를 위한 소비는 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극단적으로 소비를 줄이고 FIRE족은 벌어들이는 돈의 70~80%를 저축 및 투자하고 있습니다.

 

 

평균적으로 파이어족이 목표로 하는 은퇴 자금은 100만달러입니다.

은퇴 후 1년에 평균적으로 5만 달러 정도를 사용할 것으로 가정하고

연 이율 5~6%의 이자 수익으로 생활하며 원금이 줄어들지 않도록 계산한 금액이 100만달러입니다.

 

사실, 빨리 은퇴하기 위해서 100만달러를 10~20년 안에 모으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FIRE라는 것은 고학력, 고소득 계층만 할 수 있는 것이라는 말도 나옵니다.

실제로 파이어족을 소개하는 해외 미디어들이 보여주는 사례는 고소득 맞벌이 부부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들의 수입은 몇십만 달러나 되고, 이미 융자가 들어가지 않는 집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런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그래서 파이어족들은 투잡, 쓰리잡을 마다하지 않고 최대한 돈을 많이 벌고자 합니다. 그리고 번 돈을 투자하여 은퇴자금을 확보하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서 경제공부도 열심히 하고 자신이 가진 모든 정보와 인맥을 동원하여 투자를 하고 수익을 극대화 하고자 합니다. 은퇴 후에도 평균 5~6% 정도의 수익률을 가져가야 하기 때문에 꾸준히 공부하고 흐름을 읽어야 합니다.

 

그리고 은퇴 후의 예산을 봐도 알 수 있듯이, 파이어족이 그리는 은퇴 후의 삶은 은퇴 전과 생활수준이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기존의 (서양의)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한 이미지가 자가 소유의 주택에서 풍족하게 사는 것이었다면, FIRE족의 은퇴 후의 삶은 몸에 밴 절약습관을 그대로 이어나가 은퇴 후에도 절약하며 사는 것입니다.

 

이 파이어족에 대해서 다양한 시각이 있습니다. 은퇴 전 뿐 아니라 은퇴 후에도 극단적인 절약을 하는 것이 과연 행복한 것인가 하는 시각도 있고, 그들이 투자한 은퇴자금이 결국 주식과 부동산이라면 그 당시의 경제 상황에 따라 재정적인 상황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소비수준과 행복과는 상관이 없으며 절약하더라도 자유로운 삶이 행복하다는 견해도 있고, 미국의 경우 기존에 국민들이 저축에 대해 크게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많았는데 저축과 장기투자에 대한 인식을 바꿔줄 수 있다며 긍정적으로 보기도 합니다.

 

 

거시적인 관점으로는, 파이어족이 늘어날 수록 소비가 줄어들어 경기 침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소비가 줄어들면서 시장의 활력이 떨어지면 기업의 활동도 위축되면서 일자리가 감소되는 등 악경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견해입니다.

 

현재 한국에서는 욜로를 지나 소확행 등 현재의 삶에 충실하고 즐기기 위해 소비를 하는 성향이 많이 보입니다. 어차피 열심히 돈 모아봤자 집도 못 사고 언제 죽을지 모르니 지금 확실하게 행복하게 살자는 가치관입니다.

 

유명한 투자자인 존리 님은 이런 상황을 매우 안타까워 하기도 합니다만, 사실 사람마다 각자의 가치관과 행복이 다르기 때문에 뭐가 맞다 틀리다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현재의 행복이냐 아니면 미래의 행복이냐 어디에 더 가중치를 두느냐에 따른 개인의 선택이니까요.

 

이 FIRE족의 생활 양식이 꾸준히 추구되는 가치가 될지, 한 때의 유행처럼 지나갈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다들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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