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스페인 여행 (11) - 바르셀로나
2014.9.20.
슬슬 여행이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다.
오늘은 숙소를 호텔로 옮기는 날이어서 아침을 먹고 슬슬 짐을 챙겼다.
원래 숙소에서 두 정거장 지나서 Poble Sec 이라는 역에 있는 실켄 콩코르디아 호텔(Silken Concordia Hotel)로 옮겼다.
별 네개짜리 호텔 치고는 좀 규모가 작았다.
이른 시간이라 방이 준비가 안 돼서 프론트에 얘기해서 짐을 맡겨놓고 다시 나왔다.
어디로 갈까 고민하다가 그라시아 거리로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지하철 역에서 나오니까 까사바트요가 보였다.
자주 보니까 이제 흥미가 좀 떨어진다.
여기가 쇼핑 거리라고 해서, 까사바트요 옆에 있는 데시구알에 먼저 들어가봤다.
옷 예쁜 게 좀 있었는데 생각보다 비쌌고 사이즈도 다 컸다.
몇 벌 입어보다가 그냥 밖으로 나와서 Camper에 갔는데, 거기도 매장이 너무 작고 별로라서 그냥 나왔다.
스페인에서 많이 싸다는 마시모 두띠에 들어갔는데, 여기도 역시 옷들이 컸다.
그래서 손가락 빨고 구경하고 있다가 니트 점퍼 중에 S 사이즈 있는 게 있어서 냉큼 입어봤다.
어울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기장은 잘 맞았다.
5분 정도 고민하다가 그래도 여기가 싸다니까 왠지 사야만 할 것 같아서 덜컥 사버렸다.
그리고 나서 점심 때 친구랑 보케리아 시장에서 해산물을 먹기로 약속해서 까탈루냐 광장을 지나 Liceu 역까지 걸어갔다.
광장에는 축제기간이라 그런지 여러 행사가 벌어지고 있었다.
어린이들 용의 그림책이나 인형들도 팔고 있었다.
광장을 지나 Liceu 역으로 내려가는 메인로드.
그 전에 지나다닐 때보다는 사람들이 좀 적었다. 시간이 이른 편이라 그런가.
Liceu 역에 도착해서 보케리아 시장 앞에 있는데 맞은편 건물 3층 발코니에 마릴린 먼로 분장을 한 사람이 포즈를 잡고 있었다.
사람들이 쳐다보면서 휘파람 불고 사진 찍고 그랬다. 그러니까 분장한 사람도 손 흔들면서 반응을 해주었다.
그런데 이런 거 몇 번 안 해본 사람인지, 되게 어색하게 보였다.
보케리아 시장 입구는 관광객들로 꽉 차 있었다.
좀 안쪽으로 들어가니 컵에 과일을 담아서 팔았는데 되게 맛있어 보였다.
실제로 사람들도 많이 사 갔다.
나도 살까 하다가 곧 점심을 먹어야 되니까 안 사고 지나쳤다.
시장 왼쪽으로 가서 오른쪽으로 꺾으면 나오는 El Cochinillo Loco 라는 해산물 가게로 갔다.
미친 돼지 라는 뜻인데, 유명한 가게였던 모양이다.
도착했을 때 마침 딱 한 자리가 남아있어서 얼른 종업원한테 얘기하고 자리를 안내받았다.
모듬 해산물이 2인분에 55유로였다.
그저께 가우디투어하다가 바르셀로네타에서 먹은 거랑 거의 똑같았다.
여기는 조개가 더 많았고 생선구이가 포함된 게 조금 달랐다.
술은 화이트 상그리아를 시켰는데, 이게 다른 가게들에서 먹었던 상그리아보다 훨씬 셌다.
300ml 마셨는데 취기가 올랐다.
해산물도 둘이 먹기엔 양이 많아서 결국 홍합 같은 건 좀 남겼다.
화이트 상그리아를 다 마시고 레드 상그리아도 시켰는데, 그건 반도 못 마셨는데도 가버렸다.
점심을 먹고 후식으로 츄로스를 먹으러 갔다.
츄레리아 Xurreria 라고 유명한 데가 있는데, 길 한번 헤매고 찾아가서 오리지날과 초콜렛 츄로스를 하나씩 시켰다.
완전 바삭하고 달고 맛있었다. 한국에서는 먹어본 적이 없는 맛이었다.
거기서 까탈루냐 광장까지 걸어와서 지하철을 타고 호텔로 와서 체크인을 했다.
방은 넓고 깔끔했다. 그동안 묵었던 곳 중에 제일 시설이 좋았다.
짐을 풀고 누웠는데 머리가 핑핑 돌았다.
원래는 바로 일어나서 나갈고 했는데 몸이 말을 안 들어서 결국 두 시간 정도를 자다 깨다 하다가 7시 반 쯤 일어났다.
더 있으면 안되겠다 싶어서 얼른 준비하고 방을 나섰다.
지하철을 타고 Liceu 역 쪽으로 우선 이동했다. 술 깨려고 우선 수퍼에서 물 500ml 짜리 사서 다 마시고,
보케리아 시장에서 딸기 망고 주스를 사서 마셨다.
주스는 되게 맛있었다. 그래도 머리는 계속 아팠다.
아까 그 마릴린 먼로는 아직도 발코니에서 계속 그러고 있었다.
알고보니까 성 박물관 홍보를 위해서 그러고 있었던 거였다.
고딕지구인지 보른지구인지, 아직도 어디가 어딘지 감이 잘 안 오는데, 걷다 보니까 산 자우메 광장이 나왔다.
커다란 인형으로 인형극을 하고 있었다.
삼방가 데 헤간트스(Xambanga de Gegants) 라고 하는 행사였다.
인형들은 막 춤을 추다가 퍼레이드를 하러 광장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나서 또 프로젝션 쇼를 했다.
벌써 세 번째 보는 거라 지루해서 빠져나가려고 하는데, 사람이 너무 몰려서 나가는 것도 힘들었다.
빠져나와서 성당 있는 곳으로 왔더니 벽에 푸른 조명을 띄워놓고, 그 앞에는 공연장을 만들어놨다.
시간이 맞지 않아서 아직 공연은 하지 않고 있었다.
거기서 이동해서, 어딘지도 모르게 걷다 보니까 옷가게들이 많은 곳으로 왔다.
길거리에는 축제를 맞아 여러 사람들이 공연을 하고 있었다.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도 있었고, 비눗방울을 크게 만들어서 아이들에게 인기를 독차지 한 아저씨도 있었다.
천천히 구경하면서 까탈루냐 광장까지 가니까 10시 남짓.
광장에서는 에어로빅 같은 공연을 하고 있었다.
별로 재미가 없어 보여서 지하철을 타고 스페인 광장으로 이동. 거기서는 밴드 공연이 있었다.
왕복 6차선 정도를 막아놓고 하는 거라 공간이 넓고 사람들이 편하게 땅바닥에 앉아서 공연을 즐겼다.
어린 애들끼리 많이 놀러왔는데 자기들끼리 완전 신나서 춤추고 장난치고 아주 즐거워 보였다.
이번에 여행 와서 이런 적 없었는데 오늘 처음으로, 누구랑 같이 왔으면 좋았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 축제에서 음악 듣고 있으려니 좀 외로워서.
에스파냐 광장에 앉아서 공연 좀 더 보다가 숙소까지 슬슬 걸어서 갔다.
한 정거장 차이길래 금방 가겠거니 했는데, 생각보다 멀었다.
마드리드 같은 한 정거장이 아니라 서울 같은 한 정거장이었다. 주변에 볼 것도 없고.
한참을 걸어서 숙소에 도착했는데, 시설이 좋은 호텔이다 보니 기분이 다시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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